테더 CEO, '6.5억 명'으로 미국 국채 분산 소유 주장…실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테더(Tether)의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가 미국 국채 보유 구조에 대한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그는 6억 5천만 명의 스테이블코인 사용자들이 사실상 미국 국채를 '분산 소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기존의 집중된 외국인 투자자 구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 준비 자산을 수많은 개별 사용자가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테더의 실제 보유 자산 구조 및 사용자의 권리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제기하며, 단순한 '분산 소유'라는 표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르도이노 CEO는 지난 8월 31일 'The Wolf of All Streets'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미국 국채 시장의 집중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억 명의 스테이블코인 사용자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부채의 탈중앙화된 소유권을 창출했다"며, 6억 5천만 명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일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핵심 논리는 외국 정부와 달리 수억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미국 국채를 매각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는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테더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2023년 6월 30일 기준으로 1149억 6100만 달러(약 150조 원)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국채 투자는 USDT(테더)의 발행량과 그 준비 자산 운용 전략에 기반한다. USDT에 대한 수요 증가는 테더에게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이 자금은 주로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된다. 이는 테더가 준비 자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방식이며, USDT 보유자들은 이 준비 자산의 가치 변동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아르도이노 CEO의 '사용자 소유' 주장은 여러 관계를 단순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테더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USDT 보유자들은 USDT 토큰을 소유할 뿐이며, 적격한 검증 고객만이 테더와 직접 상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또한, 실제 국채와 같은 준비 자산은 테더 인터내셔널(Tether International)이 소유하고 관리한다. 즉, 사용자는 USDT라는 토큰을 소유하고, 이 토큰의 가치는 테더가 관리하는 준비 자산에 의해 뒷받침되는 구조이다. 사용자가 직접 국채를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테더가 제시하는 6억 5천만 명이라는 수치 역시 독립적으로 검증된 미국 국채 투자자 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테더는 8월 13일 감사 발표에서, 신흥 시장 전반에 걸쳐 6억 5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테더를 일상적으로 이용한다고 밝혔지만, 이 수치를 산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공개하지 않았다. 테더의 과거 보고서에서도 '사용자'라는 표현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 2024년 방법론 노트에서는 온체인 주소나 계정을 대리 지표 및 상한 추정치로 사용했으며, 한 사람이 여러 지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중앙화된 서비스를 통해 USDT를 보유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추정치도 포함했다. 이러한 광범위한 접근 방식을 통해 테더는 2025년 말 기준 5억 3450만 명의 사용자를 추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치는 테더의 네트워크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지만, 6억 5천만 명의 고유한 개인, 6억 5천만 명의 현재 보유자, 또는 테더와 직접 상환할 수 있는 6억 5천만 명의 고객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는 결국 테더가 자사 네트워크의 도달 범위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일 뿐, 사용자들이 직접 미국 국채를 소유하거나 관리한다는 증거로는 부족하다.
USDT 보유자가 실제로 소유하는 것은 무엇인가?
테더의 현재 약관에 따르면, 토큰을 구매하거나 상환할 수 있는 권리는 개인적인 계약 권리(personal contractual right)에 해당한다. 또한, 토큰의 발행 및 상환은 테더에 의해 관리되며, 고객은 반드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USDT 보유자가 언제든지 법정화폐로 USDT를 환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만, 이는 테더와의 직접적인 금융 거래를 통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테더의 관련 정보 문서(Relevant Information Document)는 통제권의 배분을 더욱 명확히 설명한다. 검증된 고객이 법정화폐를 보내고 토큰을 받은 후, 테더는 해당 자금을 준비 자산 바스켓에 보유하거나 투자한다. 이 바스켓의 구성은 테더의 단독 재량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테더는 주로 은행 및 금융 기관을 통해 이러한 자산을 보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사용자는 USDT라는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며, 이 자산의 가치는 테더가 운용하는 준비 자산에 의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되었다.
가장 최근의 재무 현황 및 준비 자산 보고서(Financial Figures and Reserves Report) 역시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회계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준비 자산을 테더 인터내셔널이 소유한 자산으로 설명하며, 발행된 토큰은 상환 부채(refund liabilities)로 기재한다. 이는 USDT가 기본적으로 테더가 발행하고 상환할 의무가 있는 부채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테더의 직접 상환 절차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USDT를 법정화폐로 직접 상환하기 위해서는 계정 검증(KYC/AML) 절차를 완료해야 하며, 최소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 이상의 금액이어야 한다. 또한, 상환 시에는 1,000달러 또는 상환 금액의 0.1% 중 더 높은 금액이 수수료로 부과된다. 이러한 조건들은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USDT를 보유하다가 직접 상환받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테더가 대규모 거래 및 기관 고객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일반 사용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테더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파올로 아르도이노 CEO의 6억 5천만 명 사용자를 통한 '미국 국채 분산 소유' 주장은 테더의 준비 자산 운용 방식과 사용자들의 권리에 대한 복잡한 관계를 단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테더는 수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미국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시장 안정성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으나, 사용자들이 직접 국채 소유권을 갖는 것은 아니며, 실제 통제권은 테더에 있음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근본적인 속성과 금융 시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요구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