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스트림, 해커 5000만 달러 요구 거부… 600 BTC 반환 논란

블록스트림이 최근 발생한 리퀴드(Liquid) 네트워크 해킹 사건과 관련하여 해커의 50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BTC) 요구를 거부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해킹 피해 복구 과정에서 해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6일, 리퀴드 네트워크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통해 약 4,000개의 언백(unbacked) L-BTC가 생성되고, 약 3,996개의 실제 BTC가 사이드스왑(SideSwap)을 통해 인출되는 해킹 사고를 겪었다. 총 피해액은 상당한 규모에 달했으며, 리퀴드 네트워크는 즉각적인 보안 패치를 단행했다.
사고 발생 후, 해커는 블록스트림 측에 10%의 현상금(bounty) 지급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L-BTC 보유자들이 약 15%의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블록스트림은 이러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블록스트림 측은 해커가 반환한 3,400 BTC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도, 나머지 자금은 법 집행 기관, 거래소, 서비스 제공업체 및 포렌식 전문가와 협력하여 추적하거나 자발적으로 반환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블록스트림의 결정은 암호화폐 업계에서 해킹 사고 발생 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해커가 상당수의 자금을 반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거부하는 것이 향후 해커들의 자금 반환 인센티브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USDT0의 공동 설립자인 로렌조 로마뇰리(Lorenzo Romagnoli)는 블록스트림이 대부분의 해킹당한 암호화폐 프로토콜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운이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이나 기타 조직적인 범죄 집단과 연루된 해커가 수억 달러를 자발적으로 돌려줄 동기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로마뇰리는 블록스트림이 해커를 식별하고 기소할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상당한 현상금을 거부하는 것이 향후 해커들의 계산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회색 모자(grey-hat) 해커가 도난당한 자금을 반환할지 여부를 저울질할 때, 복구 시에도 전체 자산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과 동일한 추적을 당한다면 협조할 만한 이점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은 블록스트림이 가진 우려와 충돌한다. 블록스트림은 해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경제적 참여 이상의 요구에 강제로 지불하게 만드는 선례'를 세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해커의 '화이트햇(white-hat)' 캐릭터화를 거부하며 해당 당사자에게 '비트코인을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블록스트림은 해킹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자산을 회수하는 전례 없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으나, 이 성공이 오히려 해킹 복구와 관련된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지피게 된 셈이다.
한편, 블록스트림의 전 최고 전략 책임자(CSO)이자 비트코인 회사 Jan3의 CEO인 샘슨 모우(Samson Mow)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해커가 먼저 자금을 돌려준 것이라며, 블록스트림이 3,400 BTC를 돌려받은 것은 이미 큰 성과라고 언급했다. 그는 해커가 3,996 BTC를 인출한 후 3,400 BTC를 돌려주었으며, 이는 해커가 약 85%의 자금을 반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모우는 블록스트림이 600 BTC(약 5,000만 달러)를 해커에게 지급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보면서도, 해커의 행동이 '정직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해커가 자금을 인출한 후, 그것을 돌려주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강탈'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스트림이 해커에게 돈을 지불함으로써, 앞으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돈을 돌려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리퀴드 네트워크의 안정성 문제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리퀴드 네트워크는 약 85%의 준비금으로 담보를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자금의 행방을 추적하거나 부족분을 채울 때까지 페그인(peg-in) 및 페그아웃(peg-out)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블록스트림은 남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의 보안 및 복구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해킹으로 인한 피해 복구와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원칙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록스트림의 이번 강경한 입장이 단기적으로는 해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유사 범죄를 예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