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임금 장기화…美 가계 경제 다시 옥죄나

미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다시 한번 압박받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다시 앞지르면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을 시사합니다. 반면, 같은 기간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3.1%에 그쳤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시간당 임금은 7월 대비 0.1% 하락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도 0.3% 감소했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하고 구매력을 잃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네이비 연방 신용조합(Navy Federal Credit Union)의 수석 경제학자인 헤더 롱(Heather Long)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현재 소득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분을 갉아먹고 있다"며,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 초과라는 긍정적인 흐름이 전환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근로자들이 점진적으로 구매력을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롱 경제학자는 1년 전만 해도 이러한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의 관계를 분석하며, 당시에도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 수준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지만 임금이 점진적으로 따라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세는 올 봄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롱 경제학자는 "상황이 개선되고 있었는데, 이제 그 개선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현재 에너지 가격이 가계 경제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휘발유 가격은 3.9% 상승했으며, 이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여파로 디젤 가격은 지난 금요일 갤런당 6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롱 경제학자는 가계 재정 상황의 이러한 변화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합니다. 네이비 연방 신용조합은 앞서 3월 휘발유 가격이 21% 급등하면서 자동차 유지 비용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장기화되는 가계 경제 부담 전망**
그는 지정학적 압력이 지속되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눈에 띄게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롱 경제학자는 "앞으로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임금 상승률과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수렴하는 시점은 2027년 초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이 같아진다고 해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실질 구매력이 장기간 위축되면서 소비자 지출에도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 활동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가계의 지갑이 얇아짐에 따라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들의 변화와 시사점**
실질 구매력 약화와 이에 따른 소비자 지출 행태의 변화는 각종 데이터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의 데이터에 따르면,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쇼핑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가 제품 구매를 줄이고, 할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체 상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소비재 기업들의 재고 관리 및 가격 전략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소비 위축은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준의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은 물론, 에너지 가격 안정화 및 임금 상승 촉진을 위한 정부 정책의 효과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가계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 간의 격차 확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심리 악화는 물론 기업 투자 및 고용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미국 경제 전망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실질 임금 증대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