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CEO, 토큰화 증권 발행사에 '거부권' 반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증권형 토큰(STO) 시장이 점차 구체화되는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블라드 테네프 최고경영자(CEO)가 증권 발행사의 토큰화 증권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혁신적인 금융 상품의 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향후 STO 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테네프 CEO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발행사는 주주 권리나 회사 의무를 변경하지 않는 토큰화 증권 상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큰화된 상품이 기초 주식에 부여된 권리를 변경하거나 회사 또는 기관의 공식 주식 원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에만 발행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반면, 테네프 CEO는 발행사의 권리, 의무, 또는 주주 기록을 변경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 가능한 주식을 기반으로 하거나 참조하는 별도의 금융 상품을 생성하는 경우에는 발행사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기존의 오프체인(off-chain) 환경에서 발행사가 갖지 않았던 거부권을 온체인(on-chain) 환경에서 행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번 테네프 CEO의 발언은 최근 AMC 엔터테인먼트의 애덤 아론 CEO가 로빈후드의 토큰화 증권 상품을 비판한 사건에 대한 답변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 아론 CEO는 지난 9월 4일 AMC가 로빈후드의 토큰화 증권 상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해당 상품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기존 기업들이 자신들의 주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상품 발행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로빈후드 측은 현재 제공 중인 '로빈후드 스톡 토큰(Robinhood Stock Tokens)'이 1:1 비율로 기초 주식에 의해 뒷받침되는 별도 발행 상품으로 구성된 제3자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발행사의 자본 구조나 주식 권리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제공한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존 기업들의 규제 및 운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증권형 토큰(STO)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제 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토큰화를 통해 소액 투자자들도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STO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규제 불확실성, 기술적 표준 부재, 투자자 보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기존 발행사의 동의 및 통제권 문제는 STO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로 지적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며, 이는 토큰화된 증권 상품의 발행 및 거래 과정에서 복잡한 법적, 기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테네프 CEO의 이번 발언은 STO 시장이 보다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발행사의 과도한 통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탈중앙화와 투명성인데, 발행사가 토큰화된 증권 상품의 발행에 대해 전적인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러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발행사의 정당한 권리 보호와 투자자 보호는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기존의 권리를 변경하지 않는' 조건 하에서는 발행사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테네프 CEO의 주장이다.
한편, 로빈후드 자체적으로도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로빈후드는 자체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2028년까지 연간 1억 6000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로빈후드가 단순한 증권 플랫폼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앞으로 STO 시장은 규제 당국, 기술 개발자, 발행사, 그리고 투자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발전해 나갈 것이다. 테네프 CEO의 발언은 STO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혁신적인 금융 기술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발행사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하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 및 가이드라인 마련이 STO 시장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빈후드 CEO의 이번 발언은 토큰화 증권 시장의 발전과 규제 방향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발행사의 통제권과 혁신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STO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