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이더리움 ETF, 스테이킹 수익에도 기존 상품 선호 뚜렷

미국 시장에서 이더리움(ETH)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스테이킹 수익 지급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스테이킹 기능을 탑재한 블랙록의 신규 이더리움 ETF가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출시된 스테이킹 미지원 상품이 압도적인 자금 유입과 거래량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의 iShares Ethereum Trust ETF(ETHA)는 스테이킹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기존 상품으로, 9월 11일 기준 약 89억 6천만 달러(약 12조 3천억 원)의 순자산을 기록했다. 반면, 스테이킹 기능을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 보안 참여 및 이에 따른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iShares Staked Ethereum Trust ETF(ETHB)는 같은 날 약 10억 5천만 달러(약 1조 4천억 원)의 순자산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는 ETHB의 자산 규모가 ETHA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산 규모의 차이는 2차 시장에서의 거래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9월 11일 하루 동안 ETHA는 약 18억 6천만 달러(약 2조 5천억 원)의 거래량을 기록한 반면, ETHB는 6천 1백 8십만 달러(약 850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ETHA의 거래량이 ETHB의 약 30배에 달하는 수치로, 스테이킹 수익이 ETHA의 유동성 우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THB는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스테이킹 수익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스테이킹 보상을 받기 시작하여 9월 10일 기준 주당 0.036487달러의 분배금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11일 ETHA에는 1억 4천 8백 8십만 달러(약 2천억 원)의 순유입이 발생한 반면, ETHB에는 1천 8백 3십만 달러(약 250억 원)의 순유입이 기록되었다. 이는 스테이킹 수익이라는 새로운 이점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상품이 투자자들의 신뢰와 거래 습관을 사로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시장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출시될 당시 제기되었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ETF에 스테이킹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이더리움 가격 움직임에 대한 노출을 얻더라도, 네트워크 보안에 토큰을 예치하는 홀더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JP모건은 이더리움 ETF 신청서에서 스테이킹이 제외된 점을 비트코인 ETF 대비 약한 수요를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언급했다. 또한, BitMEX Research는 기관 투자자들이 스테이킹을 포함하지 않은 상품에 덜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Galaxy Digital은 스테이킹을 포기하는 것이 ETF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블랙록의 ETHB 출시와 현재까지의 성과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초기 검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스테이킹 수익을 통해 기회비용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ETHA가 이미 쌓아온 자산, 거래 관계, 기관 투자자들의 채택 등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강력한 선점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ETHA와 ETHB 간의 현재 비교에는 중요한 제한 사항이 존재한다. ETHA는 미국 최초의 이더리움 현물 ETF 중 하나로서 자산을 축적하고 거래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훨씬 긴 시간 동안 시장에 존재해 왔다. 반면 ETHB는 이제 막 출시되어 트랙 레코드를 쌓아가는 초기 단계에 있다. ETHB의 약 10억 달러 규모 자산 또한 신규 상품으로서는 의미 있는 수요를 나타낸다.
하지만 스테이킹 수익이 제공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ETHA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은, 스테이킹 수익의 부재가 이더리움 ETF 수요의 주요 제약 요인이었다는 주장의 강력한 버전을 도전하고 있다. 즉, 스테이킹 기능 추가가 하나의 장애물을 제거했을 뿐, ETHA가 가진 압도적인 시장 지위와 유동성 이점을 단숨에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관건은 ETHB의 지속적인 자산 증가가 ETHA의 자산 감소와 일치하는지 여부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스테이킹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킨다면, 이는 스테이킹 기능이 이더리움 ETF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투자자들은 익숙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기존 상품의 안정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