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양자컴퓨터 시대 대비…거래소 '이것'부터 바꾼다

비트코인 생태계가 다가올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록 당장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안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들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개인 키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거래소들의 선제적인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코인베이스가 주최한 '양자 후 비트코인(post-quantum Bitcoin)' 워크숍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양자컴퓨터 취약점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 워크숍에는 스탠퍼드 대학, 로컬호스트 리서치, 그리고 다양한 암호화폐 거래소, 기관 수탁 업체, 하드웨어 지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양자 컴퓨터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암호화 서명 방식의 도입과 관련된 기술적, 운영적 과제들을 식별했다. 이들 과제에는 △트랜잭션 크기 증가 △하드웨어 성능 요구치 상승 △개인 키 관리의 복잡성 증대 △새로운 표준의 광범위한 채택 문제 등이 포함되었다. 즉, 양자 내성 암호화(Post-Quantum Cryptography, PQC) 알고리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절충안(trade-off)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크숍 결과와는 별개로, 거래소들은 이미 현재 시스템에서도 공개키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곧 다가올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는 동시에, 현재의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미 글래스노드(Glassnode)의 5월 데이터에 따르면, 약 160만 비트코인(BTC)이 온체인 상에서 공개키가 이미 노출된, 이른바 '장기 노출(long exposure)'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는 직접적인 도난 위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취약점을 의미한다.
현재 비트코인 서명 방식은 거래를 승인하는 개인 키와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공개 키 시스템에 기반한다.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개인 키로부터 공개 키를 도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과 같은 양자 알고리즘이 실행 가능한 양자 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이러한 보안 가정이 무너질 수 있다. 즉, 양자 컴퓨터는 개인 키를 역추적하여 비트코인을 탈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시 노출(at-rest exposure)' 공격으로, 공개키가 이미 온체인 상에 기록되어 오랫동안 노출된 경우이다. 둘째, '단기 노출(short exposure)' 공격으로, 거래가 멤풀(mempool)에 진입하여 아직 블록에 포함되기 전 짧은 시간 동안만 공개되는 키를 노리는 경우이다.
글래스노드의 분석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약 604만 BTC(전체 발행량의 30.2%)가 상시 노출 상태에 있었다. 이 중 192만 BTC는 시스템 설계상 공개 키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정보가 노출되는 '구조적 노출(structurally exposed)' 상태였으며, 412만 BTC(20.6%)는 주소 재사용, 또는 거래 후 해당 키와 연관된 잔액을 남겨두는 등의 '운영적 행동(operational behavior)'으로 인해 노출된 것으로 분류되었다.
이 운영적 행동으로 인한 노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거래소 관련 자산이었다. 글래스노드는 거래소 보유 자산 중 약 163만 BTC(전체 공급량의 8.1%)가 공개키에 노출되어 있다고 추정했으며, 상세 분석에서는 1.66 BTC(8.3%)로 집계하며 대략 160만 BTC 수준이라는 점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수치는 현재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보유한 상당량의 자산이 양자컴퓨터 공격에 잠재적으로 취약한 상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행히도, 현재로서는 비트코인 서명을 직접적으로 깰 수 있는 수준의 양자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코인베이스 역시 이 위험이 즉각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미래에 기술이 발전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함을 의미한다. 거래소들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공개키 노출 가능성이 적은 새로운 주소 형식(address types)을 채택하거나, 자산 관리(custody)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UTXO(Unspent Transaction Output)를 관리하는 방식이나, 거래소 내부의 자금 흐름을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는 프로토콜을 도입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선제적인 조치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의 업그레이드와는 별개로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제안된 BIP-360과 같은 프로토콜 제안은 장기 노출된 자산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양자 내성 암호화 서명 방식의 전면적인 도입과,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휴면 자산(dormant holdings)에 대한 보안 강화는 여전히 별개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의 참여자들과 개발자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양자컴퓨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현재 보유 자산의 공개키 노출 위험을 줄이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네트워크 전체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향후 거래소들의 구체적인 보안 강화 방안과,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의 발전 및 도입 과정이 비트코인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