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부진에… 디파이 프로토콜 '밸런서', 운영 종료 수순 밟나

탈중앙화 금융(DeFi) 분야의 주요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 프로토콜인 밸런서(Balancer)가 수익성 부진으로 운영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밸런서의 CEO 마커스 하트(Marcus Hardt)는 지난 11월 발생한 1억 2800만 달러 규모의 해킹 사건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 및 신제품 출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로토콜 수익을 충분히 증대시키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하트 CEO는 특히 이전 버전(v2)의 수익을 대체할 만큼 신규 버전(v3)의 성과가 저조했다고 인정하며, 해킹 사건이 신규 사용자 유입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과소평가했음을 시사했다.
밸런서 랩스(Balancer Labs)는 지난 3월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운영을 이어왔다. 하트 CEO는 당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토큰 보유자들에게 약속했던 제품들을 출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들어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이 겪고 있는 수익성 악화 문제와 맥을 같이한다.
하트 CEO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가장 큰 문제는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프로토콜의 대부분 수익은 여전히 v2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v3의 수익은 이를 대체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제품 자체는 괜찮았지만, 충분히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디파이 데이터 분석 업체 디파이 라마(DefiLlama)의 자료에 따르면, 밸런서의 월간 프로토콜 수익은 지난해 10월 113만 달러에서 11월 37만 1000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밸런서의 레거시 v2 프로토콜에서 발생했던 컴포저블 스테이블 풀(composable stable pools)에 영향을 미친 해킹 사건 이후의 결과였다. 수익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 올해 8월에는 5만 6781달러에 불과했다.
하트 CEO는 밸런서 거버넌스 포럼을 통해 “2025년 11월의 해킹 사건은 레거시 v2 풀에 치명타를 입혔다”며, “v3는 다른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지만, 사건 이후 모든 대화에서 밸런서의 이름이 언급되며 신규 사용자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X를 통해 “해킹 사건이 프로토콜 채택을 계속해서 제한할 것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밸런서는 프로토콜 운영 종료를 골자로 하는 제안을 내놓았다. 제안에 따르면, 밸런서는 다음 달부터 단계적인 종료 절차에 돌입한다. 신규 사업 개발은 중단되며, 유동성 공급자(LP)들은 10월 30일까지 프로토콜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일시 중지가 가능한 풀은 출금 전용 모드로 전환되며, 일시 중지가 불가능한 풀은 프로토콜 수수료를 0%로 설정하여 운영될 예정이다.
오는 11월 1일부터는 출금 지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프라만 유지하고,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은 축소 운영될 예정이다. 소규모 팀이 전환 과정을 관리하게 되며, 운영 종료 과정에 최대 40만 달러가 할당될 것으로 보인다.
밸런서 토큰(BAL) 보유자들은 남은 자산을 비례 배분 방식으로 받게 된다. 첫 자산 분배는 2027년 5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보유자들은 자신의 BAL 토큰을 소각하는 대신 해당 자산에서의 지분을 받게 될 예정이다. 두 번째 분배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밸런서의 운영 종료는 디파이 시장 전반에 걸쳐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해석된다. 높은 기술력과 혁신적인 상품에도 불구하고, 시장 침체와 규제 불확실성, 그리고 해킹과 같은 보안 위협은 디파이 프로토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밸런서의 결정이 다른 유사 프로토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