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 규모 디파이 '밸런서', 사업 종료 추진

탈중앙 금융(DeFi) 프로토콜 밸런서(Balancer)가 운영 중단을 제안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한때 총자산예치(TVL)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자랑했던 밸런서는 지난해 1억 2800만 달러(약 1700억 원) 규모의 해킹 사고 이후 수익 회복에 실패하면서 결국 사업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밸런서의 탈중앙화자율기구(DAO)는 오는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사업 종료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투표가 통과되면, 10월 30일부터 유동성 공급자들은 출금 전용 풀에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사업 개발은 중단되며, 최종적으로는 BAL 토큰 보유자들이 보유 지분에 따라 남은 자금을 환급받게 된다. 첫 번째 환급 시점은 2027년 5월로 제안되었다.
현재 어떤 계약이 중단될 수 있는지, 유동성이 이전될지, 포크될지, 혹은 사라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밸런서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또 다른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해킹 후유증과 수익성 악화...복귀 실패**
밸런서의 이번 사업 종료 제안은 약 6개월 전, 프로토콜을 운영하던 법인 밸런서 랩스(Balancer Labs)가 문을 닫은 이후 나온 결정이다. 2025년 11월 3일 발생한 해킹 사고로 인해 밸런서 v2 풀에서 약 1억 28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이 유출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사고는 밸런서 생태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복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DeFiLlama의 데이터에 따르면, 밸런서는 2021년 최고점 당시 30억 달러 이상의 TVL을 기록하며 디파이 시장의 주요 거래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해킹 사고 이후 TVL은 약 5800만 달러까지 급감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침체뿐만 아니라, 밸런서가 해킹 사고 이후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전 밸런서 랩스 최고경영자(CEO) 마커스 하르트(Marcus Hardt)는 DAO가 이미 축소 운영 방안을 시도했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토큰 발행 중단, 프로토콜 수수료 예금으로 전환, 운영 비용 절감 등을 포함한 생존 방안이 토큰 보유자들의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팀은 밸런서 v3를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팀 규모는 약 25명에서 12.5명의 전임자 상당 시간(FTE)으로 줄었고, 운영 예산도 약 3분의 1가량 삭감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상업적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르트는 "제품은 작동했지만, 충분히 팔리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v3' 승부수, 기대 이하의 성과**
밸런서의 회생 전략은 v3 버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부스트 풀(Boosted Pools)과 이전의 reCLAMM으로 알려졌던 자동 범위 풀(AutoRange Pools) 등이 포함되었다. 하르트는 자동 범위 풀이 보안 작업 완료 및 프로덕션 도달 이후 프로토콜을 수익성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었다.
밸런서는 또한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와의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일부 논의는 진전을 보였지만, 경영진이 기대했던 것만큼 구체적인 약속이나 규모는 더디게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프로토콜의 대부분 수익은 여전히 v2에서 발생했으며, v3는 v2의 수익 감소분을 빠르게 대체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하르트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해킹 사고가 예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잠재적인 파트너들은 상업적 논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해당 해킹 사고를 언급했고, 팀은 사고 내용, 프로토콜의 변화, 그리고 v3가 왜 다르게 평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야만 했다.
그는 많은 협력자들이 설명을 받아들였지만, 손상은 의사 결정 주기 연장과 약한 약속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8월에 이르러 하르트는 더 이상 밸런서가 자금을 확보하여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사업 종료, 디파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 반영**
밸런서의 사업 종료 결정은 암호화폐 시장, 특히 디파이 섹터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임을 시사한다. 지난 몇 년간 디파이 시장은 급격한 성장과 함께 해킹, 러그풀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하락했으며, 프로젝트들은 더욱 엄격한 검증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 그리고 사용자 경험 개선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밸런서는 한때 디파이 혁신의 선두 주자였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와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결국 사업 종료라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되었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디파이 시장에 진출하거나 운영 중인 프로젝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