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가상자산 소액 과세 면제 법안 심의 착수

미국 하원이 가상자산 소액 거래에 대한 과세 면제 혜택을 담은 법안 심의에 착수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운 국면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은 그동안 복잡하고 불분명했던 가상자산 관련 세금 문제를 간소화하고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현지 시간으로 오는 16일 오전 10시(미국 동부 시간 기준)에 '디지털 자산 세금 확실성법(Digital Asset Tax Certainty Act, H.R. 10357)'에 대한 심의(markup)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원회 의장인 제이슨 스미스(공화당, 미주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총 11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스테이블코인, 스테이킹, 채굴, 대출, 그리고 공매도(wash sale) 규정 등 가상자산과 관련된 다양한 세금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디 미니마스(de minimis)' 규정의 도입이다. 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금액'을 의미하는 법률 용어로, 이번 법안에서는 네트워크 수수료나 거래 수수료가 10달러 이하인 경우에 대해 자본 이득 계산에서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국세청(IRS)은 가상자산을 부동산과 동일한 재산으로 간주하여,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가 수수료라도 세금 납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용 시 발생하는 소액의 수수료조차도 가상자산으로 지불하면 그 가치 변동에 따라 납세 의무가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소액 수수료로 인한 세금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안에는 소액 거래 면제 외에도 스테이블코인, 채굴 및 스테이킹 보상, 가상자산 대출 등에 대한 새로운 연방 세금 규정이 포함된다. 특히 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구매 시점의 가치가 액면가와 유사할 경우 해당 가치를 세금 부과 기준(tax basis)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또한, 채굴 및 스테이킹으로 얻는 보상은 일반 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하되, 특정 투자 신탁의 경우 자산을 스테이킹해도 세금 상태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마련되었다.
이는 당초 가상자산 업계에서 요구했던 일부 신규 채굴 및 스테이킹 보상에 대한 소득 인식 이연 조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해당 조항은 최종 법안에서 제외되었지만,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 마련은 스테이블코인의 합법적인 사용 및 투자 환경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공매도(wash sale) 규정을 가상자산에도 확대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공매도 규정은 손실을 확정 짓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산을 30일 이내에 다시 매수하는 경우, 해당 손실을 즉시 공제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자산을 매도했다가 재매수하는 행위를 제한하여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가상자산 대출은 판매 행위로 간주하지 않아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재무부 산하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 세금 신고를 수정하고 미납 세금, 이자, 벌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디지털 자산 세금 확실성법'은 가상자산 관련 세금 규정을 명확히 하고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10달러 이하 소액 거래에 대한 면세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빈번한 소액 거래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법제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위원회 통과 후 하원 전체 표결, 상원 심의, 그리고 대통령의 서명까지 거쳐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및 과세 정책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나 기존 세법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이 가상자산 세금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법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가상자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 심의 결과는 향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가상자산 과세 정책 방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