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석유 밀매 15억 달러 자금 추적…테더 6100만 달러 동결

미국 검찰이 이란의 불법 석유 판매와 연계된 약 6,120만 달러 상당의 테더(USDT)를 동결해 달라는 민사 몰수 소송을 제기하며,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규제 및 법 집행 강화 움직임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자금 추적을 넘어,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협력을 통해 암호화폐상의 불법 자금 흐름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뉴욕 남부 연방검찰은 지난 9월 14일, 10개의 트론(TRX) 주소에 분산된 약 6,120만 USDT를 대상으로 하는 민사 몰수 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측은 이 자금이 이란 정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포함한 군사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이란산 원유 및 석유 제품 판매 수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불법적인 자금 세탁 시도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암호화폐들이 이미 테더에 의해 동결된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테더는 지난 6월과 7월에 걸쳐 문제의 주소 중 7개와 3개를 각각 동결 조치한 바 있다. 이번에 발부된 압류 영장은 연방 요원들이 해당 자산을 정부의 통제하에 둘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테더는 동결된 토큰을 소각하고, 그와 동일한 가치의 새로운 USDT를 발행하여 미 연방수사국(FBI)의 하드웨어 지갑으로 전송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는 미국 당국이 온체인 상에서 식별된 제재 자금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새로운 방식이며, 원본 지갑의 개인 키를 직접 확보하지 않고도 자금 차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절차는 미국 법 집행 기관과 세계 최대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더는 이미 지난 5월, 싱가포르 기반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겟(Bitget)과 관련된 5,2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세탁 사건에서도 법무부의 요청에 협조하여 동결 조치를 지원한 바 있다. 테더 측은 자사가 전 세계 67개국 340개 이상의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여 50억 달러 이상의 불법 활동 관련 자산을 동결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이란 관련 사건과 지난번 싱가포르 거래소 관련 사건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발행사가 통제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일단 당국에 의해 불법 자금으로 식별될 경우, 자금 차단을 위한 핵심적인 '통제점(chokepoint)'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에게 규제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동결을 추진하는 6,120만 달러는 이들이 추적하고 있는 더 광범위한 불법 자금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 검찰은 '개체 A'라고 명명된 7개의 상호 연결된 주소들이 이란의 불법 석유 판매 대금으로 15억 달러 이상을 수취하고 분배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소들은 이란 소재 거래소인 노비텍스(Nobitex)와 IRGC의 전위 조직으로 추정되는 중동 지역 자금 송금업자들에게 암호화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콩에 등록된 블레스드 트러스트 리미티드(Blessed Trust Limited)와 헥사 웨일 트레이딩 리미티드(Hexa Whale Trading Limited)는 석유 판매 대금을 법정화폐에서 암호화폐로 전환하고, 이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 내 거래 계좌를 통해 이동시키는 데 관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바이낸스 자체는 이번 사건에서 부정한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자금 이동 경로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걸쳐 불법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 시도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검찰은 이와 같은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한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테더 동결 시도는 이러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 및 규제 준수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사실상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앞으로 이러한 법 집행 사례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암호화폐를 이용한 국제 제재 회피 및 자금 세탁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테더의 동결 메커니즘 활용은 향후 유사한 사건 발생 시 미국 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법 집행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은 규제 당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며, 법규 준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 및 거래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란과 같이 제재 대상에 오른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대응 역시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