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암호화폐 규제 법안 부결... XRP 10% 급락

미국 상원에서 암호화폐 시장 구조를 재정의하려던 '명확성법(Clarity Act)'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되면서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리플(XRP)은 10% 가까이 급락하며 주요 알트코인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시아 시장 개장 초반, XRP는 코인데스크 데이터 기준으로 1.30달러까지 떨어지며 주요 암호화폐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소식은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연쇄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더리움(ETH)은 5% 가까이 하락한 2,410달러 선에서 거래되었으며, 솔라나(SOL)와 도지코인(DOGE) 역시 5% 내외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Zcash와 Hyperliquid의 HYPE도 4% 가까이 밀렸고, 비트코인(BTC)마저 76,000달러 선을 위협하며 약 3% 하락했다. BNB와 트론(TRX)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약 1% 정도의 하락폭을 보였다.
명확성법은 60명의 상원의원이 찬성해야 법안 심의를 위한 토론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절차적 투표인 '클로처 투표(cloture vote)'에서 49대 50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협상단은 600페이지가 넘는 타협안을 도출했지만, 최종적으로 법안 통과를 가로막은 주요 쟁점은 고위 공직자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 이권을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윤리 규정 강화 조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사 슬로트킨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법안의 윤리 조항이 너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그의 자녀들, 그리고 내각 구성원들이 암호화폐 분야에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에는 윤리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법안을 시행하기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며, 법안이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에 대한 허점을 남기고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슬로트킨 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늘, 저는 미국 내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인 명확성법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의 윤리 조항은 너무 미흡하다. 트럼프 대통령, 그의 자녀들, 그리고 그의 내각은 일상적인 투자자들을 착취하는 부분에서도 암호화폐 공간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라며 법안의 허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주가 역시 주요 암호화폐 토큰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9% 가까이 급락한 174.42달러를 기록했으며, 서클(Circle)은 88.26달러로 9% 이상 떨어졌다.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은 8%, 제미니(Gemini)는 7% 하락했다. 불리시(Bullish), 라이엇 플랫폼(Riot Platforms)은 각각 5%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토로(eToro) 4%, 로빈후드(Robinhood), MARA 홀딩스(MARA Holdings), 클린스파크(CleanSpark), IREN,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 등도 3%에서 4% 사이의 하락률을 보였다.
명확성법 부결로 인해,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규제 명확성 확보는 당분간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히려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미 자체적으로 제안한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Reg Crypto framework)'와 토큰화된 증권에 대한 규칙 제정을 진행 중이다. 이는 의회를 통해 얻고자 했던 규제 확실성을 업계에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될 수 있다.
이번 명확성법 부결은 암호화폐 산업의 정치적 로비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페어셰이크(Fairshake)를 포함한 업계 정치행동위원회(PAC)들은 오는 11월 3일 선거를 앞두고 반대표를 던진 상원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 경우, 암호화폐 규제 관련 논의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SEC의 움직임과 미 연준의 금리 결정 등 거시 경제 변수들을 면밀히 주시하며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