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테이블코인 결제 허점 열고 대출 규제 강화

영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대출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영국 금융 시스템 내 암호화폐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영국 재무부(HM Treasury)는 최근 '2000년 금융 서비스 및 시장법(암호자산)(기타 개정) 규정 2026'의 최종 초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영국에서 발행된 '적격 스테이블코인(UK qualifying stablecoin)'을 이용한 결제 전송 및 현금 교환 시, 딜러(Dealer) 권한에 대한 규제 적용이 면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기존의 복잡한 금융 규제망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모든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초안에 명시된 면제 혜택은 '돌려받을 권리(Return-right)'가 있는 대출이나 다른 암호화폐로의 교환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 또는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로 스왑하는 거래는 기존과 같이 잠재적으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선 금융 거래에는 엄격한 규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영국 정부는 '적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해당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영국 금융감독청(FCA)으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발행한 '규제된 제9M 조항(regulated article 9M activity)'을 통해 발행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영국에서 발행되었더라도 명목 가치를 단순히 추적하는 스테이블코인이나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이번 규제 완화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 변경안의 핵심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위한 임시 보관에 대한 '보관(Custody) 구제(relief)' 조항 신설이다. 이에 따르면, 결제 처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경우, 이는 기존의 까다로운 보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결제 시스템 운영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스테이블코인 예치는 더 이상 별도의 보관업 허가를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제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보관 구제는 '일시적'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고객의 지갑에 스테이블코인을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것과 같은 지속적인 보관 서비스는 여전히 기존의 보관 규제 활동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는 결제 실행과 자산 보관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여, 결제 효율성과 금융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반영한다.
이전인 4월 제안 단계에서 정부는 결제 사업자가 여전히 보관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임시 결제 면제는 다른 암호화폐 활동에 부수적인 경우로 제한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초안에서는 임시 결제 실행과 지속적인 보관이라는 구분을 더 명확히 하여, 실제 결제 시스템 운영에 더 유연성을 부여했다.
또한, 금융 상품 광고에 관한 규제(financial-promotion rules)도 기존의 이전, 교환, 담보 및 환매 조건부 거래(repo)의 면제 조항과 대체로 일치하게끔 조정될 예정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반환을 의무화하는 계약의 경우, 기본적인 광고 면제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과장 광고를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딜러, 주선, 금융 광고 관련 개정안들은 2027년 10월 2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는 영국이 암호화폐 관련 규제 환경을 점진적으로 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위험으로 간주되는 암호화폐 대출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규제 완화 및 강화 조치는 영국을 혁신적인 금융 기술의 허브로 육성하면서도,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복합적인 전략을 보여준다. 향후 영국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사업자들은 새롭게 정립된 규제 환경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준수가 요구될 것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 변경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 준수 여부에 따라 발행사의 신뢰도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격 스테이블코인'의 엄격한 발행 요건은 결국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갖춘 발행사만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가 자칫 자금세탁이나 불법 활동에 악용될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감독 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엄격한 집행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