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비트코인 비축 법안 통과… 공화당 주도, 민주당 반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법제화하는 '미국 준비금 현대화법'(H.R. 8957)을 28 대 21의 표결 결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180일 이내에 재무부가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및 별도의 디지털 자산 비축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모든 연방 기관은 60일 이내에 보유 자산을 신고해야 한다. 프랑스 힐(공화당) 위원장은 이를 "연방 기관 전반에 걸쳐 보유된 디지털 자산을 재무부의 관리 및 일관된 감독 하에 두는 상식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일단 예치된 비트코인은 20년 동안 판매, 교환, 경매, 담보 설정 등 어떠한 목적으로도 처분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닉 비기치(공화당) 의원이 5월에 발의했던 원안보다 축소된 형태이다. 당초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잉여 배당금이나 연준이 보유한 금 인증서 재평가, 관세 수입, 선물 등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으나, 브라이언 스타일(공화당) 의원이 제안한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이러한 내용은 모두 삭제되었다. 대신 자산 교환, 몰수, 주정부와의 협력 프로그램 등 제한적인 자금 조달 방안만 남게 되었다. 법안의 긴 제목에서 "연준 시스템의 특정 자원을 활용하여 비용을 상쇄한다"는 문구도 삭제되었다.
또한, 비트코인 준비금 보고 주기가 분기별에서 연간으로 완화되었으며, 재무부 웹사이트에 보고서를 게시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요구 사항도 사라졌다. 포크(forked) 및 에어드롭(airdropped) 자산의 경우, 보유 기간이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비축 자산 매각 수익은 초기에는 관리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되며, 원안에서는 비트코인 추가 매입이나 부채 감축에 우선 사용될 예정이었다.
'적격 비트코인'의 정의도 확대되어, 기존에는 몰수를 통해 획득한 코인으로 제한되었으나 이제는 연방 정부가 소유한 모든 비트코인을 포함하게 되었다. 이 법안은 여전히 비트코인 직접 구매를 허용하지는 않지만, 재무부와 상무부에 180일 이내에 납세자에게 비용 부담 없이 추가 구매가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명령한다. 다만, 이 조항은 "차입이나 기타 자금 조달, 특히 담보로 디지털 자산 또는 기타 미국 자산을 제공, 담보 설정,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미 기관 차원의 비트코인 구매를 배제한 바 있다.
한편, 맥신 워터스(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수정안은 대통령, 부통령, 의회 의원 및 그들의 배우자, 자녀, 자녀의 배우자가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시도였으나, 21 대 28의 표결 결과로 부결되었다. 이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법안의 통과는 미국 정부가 디지털 자산,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관리 및 비축 방안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이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원안에서 추진되었던 연준과의 연계 가능성이나 공격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 제외된 점, 그리고 보고 주기 완화 등은 당초 기대보다 완화된 형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 비축을 제도화하려는 시도 자체는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향후 미국 정부의 디지털 자산 정책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으며, 관련 업계에서는 법안의 최종 통과 및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과의 연관성, 디지털 자산 보유에 대한 잠재적 위험 및 기회, 그리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이 향후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제화될 경우, 미국은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비트코인 비축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국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