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파산 스타트업 데이터로 AI '그록' 훈련 논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인공지능(AI) 부서가 파산한 스타트업들의 고객 및 운영 데이터를 사들여 자체 AI 모델 '그록(Grok)'을 훈련시키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비용 효율적인 데이터 확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AI 부서인 스페이스XAI는 파산한 스타트업들의 고객 정보와 운영 기록 등 '남겨진' 데이터를 구매하는 방안에 대해 비공식적인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논의가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든 스페이스XAI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AI 모델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 코드, 기록 등을 학습하여 다음에 올 내용을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웹페이지를 무작위로 수집한 데이터보다 실제 비즈니스에서 생성된 정제된 데이터가 AI 학습에 훨씬 효과적이며, 이러한 양질의 데이터는 확보 비용이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은 구글이 이미 시도한 바 있다. 구글은 올해 파산한 저가 항공사 스피릿 에어라인(Spirit Airlines)의 내부 기록을 1,00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이 거래를 통해 구글은 약 1억 개의 이메일, 5억 개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메시지, 수십 년간의 직원 관련 파일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AI 훈련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스피릿 에어라인의 경우, 해당 데이터의 소유권을 두고 비행기 조종사 노조 등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개인 정보를 '익명화'하더라도 수십 년간의 내부 대화 기록에서 특정 인물이 발언한 내용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AI 실험을 위해 직원들이 동의한 범위를 넘어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파산법상 챕터 11(Chapter 11) 절차는 실패한 기업이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을 청산하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사무용 가구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최고 입찰자에게 판매된다. 기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소유자인 고객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사실상 생략된다.
스페이스XAI는 바로 이러한 파산 절차에 놓인 스타트업들의 운영 데이터와 고객 정보를 확보하여, 실제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그록(Grok)의 학습을 지속하고 싶어 한다. 이는 챗GPT와 같은 경쟁 AI 모델과의 격차를 줄이고, 더욱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8월 스페이스X 전체 직원 회의에서 데이터를 외부에서 구매하는 것을 넘어, 회사 내부의 데이터까지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그록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라며, AI 모델이 직원들의 생각과 업무 내용을 흡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AI 모델이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조직의 문화와 구성원의 사고방식까지 내재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직원 데이터가 사용될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AI는 지난 7월 xAI와의 통합 이후 첫 번째 모델인 그록 4.5(Grok 4.5)를 출시했다. 현재 스페이스XAI는 그록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파산 기업의 데이터 구매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AI 기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데이터 확보는 AI 개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때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향후 스페이스XAI의 데이터 확보 전략과 그로 인한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