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의장직서 물러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96)이 50년 넘게 이끌어 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16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며,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이 즉시 의장 명예직으로 물러나는 대신 이사회 이사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별도 발표했다. 그의 장남인 하워드 버핏이 오랫동안 준비된 승계 계획에 따라 새로운 의장직을 맡게 된다. 수잔 데커는 선임독립이사를 계속 맡을 예정이다.
버핏은 서한에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그러웠다. 그는 버크셔가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볼 기회를 주었다”고 썼다. 이번 결정은 올해 64세인 그렉 아벨이 CEO직을 맡은 지 약 9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버핏은 이미 2025년 5월 버크셔 연례 회의에서 CEO직 사임을 발표하며 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그렉 아벨은 회사 발표문을 통해 “워렌이 구축한 문화와 그가 옹호해 온 가치는 버크셔의 중심에 남을 것이며, 하워드가 그 수호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버핏 또한 “그렉은 회사를 운영하고, 하워드는 우리의 문화를 지킬 것이다. 이는 장부상의 어떤 것보다 가치가 높다”며, “하워드를 주주들이 소유하고 절대 청구하지 않기를 바라는 정책으로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둔 버크셔 해서웨이를 일궈낸 버핏의 유산은 미국 기업 역사상 비견할 데가 없다. 그는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파산한 뉴잉글랜드 섬유 공장을 인수하여 이후 60년간 금융 및 산업의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작년 버크셔 해서웨이는 445억 달러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으며, 약 40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버핏의 재임 기간 동안 버크셔는 주주들에게 연평균 19.7%의 복리 수익률을 기록하며 S&P 500의 수익률을 거의 두 배로 뛰어넘었다.
**적극적인 회장직 수행**
올해 의장으로서 버핏은 회사 내에서 여전히 활발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렉 아벨 CEO는 지난 3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이 여전히 매일 오마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으며, CEO로서 그와 빈번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회사의 유명한 연례 회의에 참석하여 좌석에서 짧은 연설을 하고 CNBC의 베키 퀵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는 버핏이 주재하지 않고 아벨이 진행한 첫 ‘자본가들의 우드스탁’으로 알려진 회의였다.
7월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대한 버크셔의 최근 대규모 투자의 배후에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6월 100억 달러 규모의 비공개 주식 매입 이후 애플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버크셔의 세 번째로 큰 주식 보유가 되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버핏은 몇 주 전 다리를 다쳤지만 회복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작년 아벨에게 경영권을 넘길 준비를 하면서 나이로 인한 한계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주주들에게 보낸 추수감사절 편지에서 그는 “놀랍게도, 나는 대체로 기분이 좋다”라고 썼다.
**향후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망**
버핏의 의장직 퇴임은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거대 기업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지만, 시장은 이미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왔다. 그의 지근거리에서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 온 아벨 CEO의 리더십 아래 버크셔는 기존의 성공적인 투자 철학과 사업 모델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버핏이 강조해 온 ‘내재가치’와 ‘장기 투자’ 원칙은 앞으로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S&P 500 지수를 능가하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버핏의 놀라운 성과는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시장을 읽는 능력에 기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렉 아벨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었고, 하워드 버핏에게는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겨 후계 구도를 확립했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한 사람의 위대한 투자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버핏은 또한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의 은퇴는 개인적인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동시에, 그의 막대한 부가 사회에 어떻게 환원될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이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들과 투자자들은 앞으로 그렉 아벨 CEO의 경영 능력과 하워드 버핏 이사의 문화적 리더십을 주목할 것이다. 버핏이 구축한 강력한 기업 문화와 가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비록 의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그의 영향력과 철학은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1조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거대 기업으로, 보험, 철도, 에너지, 제조, 소매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 기업의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은 버핏 개인에게도,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에게도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의 은퇴 결정은 ‘투자의 시대’가 저물고 ‘승계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