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무기된 해커들: 블록체인 악성코드 활동 440% 폭증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사이버 범죄의 문턱을 낮추면서 북한 및 이란 연계 해킹 그룹의 블록체인 악성코드 활동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신규 블록체인 '데드 드롭(dead-drop)' 활동에서 북한과 이란 연계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2에 달했다. 이는 2024년 초까지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AI 기술은 해킹에 필요한 전문 지식의 수준을 낮춰, 기존에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했던 공격들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었다.
블록체인 데드 드롭 기술은 악성코드의 명령 및 제어(C2) 서버 주소, 지시사항 등을 퍼블릭 블록체인 상의 트랜잭션이나 스마트 컨트랙트에 은밀하게 저장하는 방식이다. 감염된 기기는 이러한 공개 기록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최신 명령을 받아올 수 있다. 이는 공격자들이 C2 서버의 위치를 변경하더라도, 피해자를 재감염시킬 필요 없이 악성코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사이버 공격 방어 기법으로는 탐지 및 차단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보안 위협으로 간주된다.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능의 중국산 AI 모델들이 등장한 이후 악의적인 블록체인 쓰기(writes) 활동은 하루 평균 2.06건에서 11.1건으로 440%나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AI 모델이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크게 낮춘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체이널리시스는 특정 AI 모델이나 AI 단독으로 이 증가를 설명할 수는 없으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합법적인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는 암호화폐 기업, 개발자, 그리고 일반 기업들에게 또 다른 보안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전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지갑,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 등 동일한 인프라를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들의 운영까지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연계 해킹 그룹들은 블록체인 인프라의 다중화 및 교차 체인(cross-chain) 기능을 활용하여 악성코드 캠페인의 복원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위협 그룹 'UNC5342'가 BNB 스마트 체인(BSC)으로의 접근 경로를 다중화하기 위해 TRON과 Aptos를 활용한 사례를 추적했다. 이 그룹은 TRON과 Aptos 네트워크에 암호화된 포인터를 저장하여, 감염된 기기가 BSC에 저장된 악성코드 지침을 찾도록 유도한다. 만약 TRON 경로가 실패하면 Aptos로 전환하여 명령을 받아오는 식이다. 공격자들은 새로운 트랜잭션을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오프체인 인프라를 변경할 수 있으며, 이전에 감염된 기기들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위치 정보를 받아온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러한 운영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세 개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모두에서 동시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위협 인텔리전스(Google Threat Intelligence)는 2025년 2월부터 UNC5342 그룹을 추적해왔다. 이 그룹은 당시 암호화폐 및 기술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짜 채용 캠페인에 블록체인 기반 악성코드 전달 방식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사용자의 브라우저 데이터를 탈취하는 크리덴셜 스틸링(credential-stealing)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북한 연계 그룹들의 공격 방식은 기술적 숙련도가 낮은 인력도 AI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더 많은 국가 연계 해커들이 유사한 방식을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연계 해킹 그룹 역시 블록체인 데드 드롭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사이버 범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역시 C2 인프라의 은폐 및 회피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전통적인 사이버 보안 탐지 시스템을 우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암호화폐 보안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갑, 스마트 컨트랙트, 그리고 RPC(Remote Procedure Call) 트래픽 모니터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블록체인 상의 거래 기록 자체를 면밀히 분석하고, 비정상적인 트랜잭션 패턴을 탐지하는 것이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급증하는 블록체인 기반 악성코드 활동은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의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개발자들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관계자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여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새로운 공격 기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은 공격자와 방어자 양측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하며, 사이버 보안 분야의 기술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