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의 왕, 빌 프랑케의 '프리미엄' 전환 전략

수십 년간 저가 항공 시장을 개척하며 '플라이트 킹'으로 불려온 빌 프랑케(Bill Franke)가 이제 '퍼스트 클래스'와 프리미엄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주력 항공사인 프론티어항공(Frontier Airlines)이 내년부터 에어버스 기종에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도입하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와이파이 서비스 탑재를 검토하는 등 기존의 초저가 모델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항공 산업 전반의 변화와 함께, 저가 항공사들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프랑케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프랑케는 8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디고 파트너스(Indigo Partners)라는 사모펀드 회사를 설립하며 항공 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항공의 퍼스트 클래스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소비자에게 고급스러우면서도 경쟁력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넘어, 고객 경험의 질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프랑케가 개척한 초저가 항공사 모델은 최근 몇 년간 큰 도전에 직면했다. 조종사 임금 상승, 유지보수 비용 증가, 운영 비용 부담 가중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 압박과 함께, 프리미엄 여행에 대한 수요 증가가 저가 항공사들의 오랜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는 끊임없는 성장을 유지하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가치였지만, 이제는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프랑케는 과거 저가 항공 서비스에 대해 '공짜로 모든 것을 누리려는 십 대나 응석받이 같은 소비자'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2017년 두바이 에어쇼에서 그는 에어버스 항공기 대규모 주문을 성사시키며, 소비자들이 낮은 운임뿐만 아니라 현재는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서비스까지 당연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CNBC에 “오랫동안 모든 편의 시설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 델타항공(Delta Air Lines)과 같은 대형 항공사들이 가장 저렴한 티켓 옵션에 초저가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좌석 선택, 수하물 위탁 등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전략을 카피했다. 더 나아가, 올해에는 퍼스트 클래스와 장거리 노선의 고급 좌석에도 이러한 가격 전략을 적용하여 수익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옵션을 선택하는 고객들은 좌석 선택의 자유 등 일부 혜택을 제한받게 되었다.
프랑케는 칠레, 헝가리, 필리핀,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저가 항공사를 소유하거나 투자해왔다. 특히 유럽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의 초기 투자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영향력은 항공 산업 전반에 미치고 있으며, 현재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CEO를 포함한 다수의 항공사 임원들이 그의 밑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13년 말 프론티어항공의 회장이 되기 전까지 스피릿항공(Spirit Airlines)을 운영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스피릿항공과 프론티어항공의 합병을 시도했으나, 스피릿항공 주주들이 제트블루항공(JetBlue Airways)의 전액 현금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 인수합병 역시 연방 법원의 반독점법 위반 판결로 2024년 1월 최종 결렬되었다.
이후 독자적인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스피릿항공은 올해 5월 파산하며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미국 항공사 파산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론티어항공은 미국 내 최대 할인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이제 프랑케는 이러한 변화하는 항공 시장 환경 속에서, 기존의 초저가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 시장의 경쟁 구도가 변화하면서,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서비스 차별화와 고객 경험 개선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의 회복과 함께 프리미엄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가 항공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프랑케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적응 전략이자, 미래 항공 산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그의 전략이 프론티어항공의 수익성 개선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