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로비 단체, 300억 원 투입해 佛 상원의원 견제

미국 암호화폐 업계 로비 단체인 '페어셰이크(Fairshake)'가 3,000만 달러(약 3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미국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최근 상원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화법(Clarity Act)이 좌초된 직후 나온 결정으로, 암호화폐 산업의 입법 로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페어셰이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현역 민주당 상원의원인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의원의 의회 복귀를 저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브라운 의원은 과거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업계 규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주요 표적으로 지목되었다. 페어셰이크는 이미 2024년 선거에서 브라운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 약 4,0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지출한 바 있다. 당시 브라운 의원은 공화당 후보 버니 모레노(Bernie Moreno)에게 패배했다. 이번 3,000만 달러 규모의 캠페인은 2024년 선거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개입 시도이다.
페어셰이크의 공격적인 행보는 최근 상원에서 부결된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분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상원은 표결 결과 49대 50으로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 진행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되었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Thom Tillis) 의원은 절차상의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하여 향후 법안 재상정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법안 통과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이러한 입법 실패는 암호화폐 업계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코인베이스(Coinbase)의 지원을 받는 옹호 단체인 '스탠드 위드 크립토(Stand With Crypto)'는 법안 부결 후 선거 결과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의원들의 투표 기록을 점수화하여 지지자들에게 공개하고, 로비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어셰이크는 주로 코인베이스, 리플(Ripple), 안드레센 호로비츠(Andreessen Horowitz)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2026년 선거를 앞두고 이미 1억 1,600만 달러(약 1,160억 원)를 모금했으며, 2025년 8월 말 기준 1억 800만 달러(약 1,080억 원)의 자금이 남아있다고 보고했다. 페어셰이크는 양당 모두에서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들을 지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광고 캠페인에서는 암호화폐 자체보다는 유권자들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3,000만 달러 규모의 캠페인은 브라운 의원의 지역구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상원의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라운 의원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브라운 의원 캠페인 매니저 패트릭 아이젠하워(Patrick Eisenhauer)는 성명을 통해 "특별 이익 집단이 동요하고 있다. 그들은 셰러드가 노동자 계층 오하이오 주민들을 위해 부패한 시스템에 맞서 싸울 것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산업은 미국 내에서 명확한 규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화법' 부결은 규제 명확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SEC와 CFTC 간의 권한 분쟁, 각 정당 및 의원들 간의 이해관계 대립, 그리고 산업계의 로비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입법 과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으로도 페어셰이크와 같은 로비 단체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향후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의원을 낙선시키려는 시도를 넘어, 암호화폐 산업이 미국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원하는 암호화폐 업계의 바람이 정치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선거 결과와 더불어, 향후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