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암호화폐 수탁 규제 윤곽 제시… 시장 편입 '청신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디지털 자산을 다룰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자산의 '수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테일러 린드먼 SEC 암호화폐 태스크포스 최고 법률 고문은 최근 코인데스크 정책 및 규제 포럼에서 SEC의 암호화폐 관련 규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그는 "SEC는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자산을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흥미로운' 기술을 넘어, 규제된 증권 산업에 암호화폐를 성공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지루하지만 필수적인' 규칙 제정에 힘쓰고 있음을 시사한다.
린드먼 고문은 SEC의 암호화폐 관련 주요 의제들을 조명했는데, 특히 수탁 규제안과 함께 이미 시행되었거나 추진 중인 토큰화 증권 면제, 암호화폐 공모 허용을 위한 제안 규칙 등이 포함되었다. 이는 SEC가 의회로부터 명확한 암호화폐 규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체적으로 규제 구조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현재 SEC는 투자 회사와 브로커-딜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수탁 규제안을 백악관의 검토를 받고 있다. 린드먼 고문은 이 규제안의 목적이 시장 참여자들이 "특별한 등록 없이도 비증권형 암호화폐 자산을 브로커-딜러 내에서 어떻게 보유할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돕고, 투자 자문사들에게는 고객 자산을 주(州) 정부가 인가한 신탁 기관과 같은 곳에 어떻게 맡길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의 큰 그림은 우리가 기존의 증권 중개인 및 시장 참여자들을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는 세상으로 통합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는 증권형 암호화폐 자산뿐만 아니라 비증권형 암호화폐 자산의 보유, 거래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규제 명확성을 통해 더 많은 기존 금융 기관들이 암호화폐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검토를 통과하면, SEC는 공식적으로 제안서를 발표하고 업계 및 대중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된다. 린드먼 고문은 또한 SEC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임시 지침을 언급했는데, 이는 규제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브로커-딜러들이 암호화폐 수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더불어 2025년 9월에는 투자 자문사들이 고객 자산을 적격 암호화폐 수탁 기관으로 지정된 주 정부 인가 신탁 기관에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도 언급했다.
SEC의 이전 수탁 규제 시도는 2023년에 이루어졌으나, 당시에는 매우 다른 규제 환경에 놓여 있었다. 당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기업 자체는 자산을 수탁할 자격이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해당 규제안은 최종안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며 규제 기관에 암호화폐 친화적인 리더십을 임명한 이후의 변화와 맞물린다.
SEC의 전반적인 암호화폐 의제에 대해 린드먼 고문은 최근 추진 중인 암호화폐 공모 허용 제안 규칙과 토큰화 증권을 위한 새로운 면제 조치를 언급하며,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SEC가 단기적인 시장 변동이나 개별 암호화폐의 투기적 움직임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구축하고 건전한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SEC의 수탁 규제 발표는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의 부재로 인해 시장 참여를 망설였던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암호화폐 자산의 신뢰도를 높이고, 더 넓은 범위의 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EC의 규제 접근 방식이 여전히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린드먼 고문이 언급한 'boring' 규칙들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유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또한, '증권형'과 '비증권형' 암호화폐 자산을 구분하는 SEC의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여전히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SEC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혁신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