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당국, 토큰화 박차...증권거래도 블록체인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금융 시장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특히 자산의 토큰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관련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의회에서 암호화폐 규제 명확화 법안인 CLARITY Act가 좌초된 상황 속에서도 규제 당국이 블록체인과 온체인(on-chain) 시장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은 화요일 미국 재무부 시장 컨퍼런스에서 “금융 시장은 ‘대규모 토큰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규제 당국이 블록체인, 인공지능, 온체인 시장에 대한 기존 프레임워크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물 자산(RWA)의 토큰화가 더욱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청산 기관, 중개자, 사용자 간의 거의 즉각적인 결제와 실시간 담보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리그 위원장은 “수신호에서 전자 거래로의 전환이 우리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켰듯이, 토큰화 역시 모든 자산 클래스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CFTC는 토큰화와 온체인 금융이 발전함에 따라 원칙 기반의 규제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8월, 의회가 CLARITY Act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CFTC는 기존 권한 하에 암호화폐 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 9월 15일 상원 통과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하여 CFTC는 9월 17일, 암호화폐 자산 거래 및 시장을 포괄하는 규제 조치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이 제출은 아직 ‘사전 규정’ 단계에 있으며 구체적인 규제 계획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SEC 역시 온체인 시장 구축에 적극적이다. 제이미 셀웨이 SEC 거래 및 시장 담당 국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토큰화와 암호화폐가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해졌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기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러한 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EC는 9월 17일, 토큰화된 미국 주식 거래에 대해 임시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승인했다. 이 면제는 특정 플랫폼이 특정 조건 하에 미국 상장 주식의 디지털 버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지난 2월, 이러한 면제가 규제 당국이 장기적인 규칙을 개발하는 동안 온체인 거래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규제 당국의 움직임은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전통적인 금융 자산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토큰화되면,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유동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미술품, 사모주식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들이 토큰화되어 소액으로도 쉽게 거래될 수 있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
실물 자산 토큰화(RWA)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활용 사례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효율성, 즉 높은 거래 비용, 느린 정산 속도, 복잡한 중개 절차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토큰화를 통해 이러한 자산들은 디지털 형태로 전환되어 온체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거래, 이전, 담보화될 수 있으며, 이는 금융 거래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리그 위원장이 언급한 ‘원칙 기반 규제’는 이러한 혁신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중한 접근 방식을 시사한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획일적인 규칙을 적용하기보다는, 기술의 본질과 시장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여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될 수 있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CLARITY Act의 좌초는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 명확성에 대한 갈증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러나 SEC와 CFTC의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는 당장 법제화된 명확한 규제 틀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기존 법규 및 원칙을 통해 혁신을 수용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을 보여준다. 특히 SEC의 ‘혁신 면제’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시험되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금융 시장은 토큰화라는 새로운 동력을 얻어 한 단계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넘어, 금융 거래의 방식, 접근성, 효율성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토큰화된 자산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함께 규제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