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 패권 강화 위해 스테이블코인 '무기화' 추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시장에 적극 보급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의 합작 투자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관련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계획에는 재무부, 국무부, 그리고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 레온 블랙의 아들인 벤 블랙이 운영하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등이 관여할 수 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다른 국가들이 자체적인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함에 따라 이 규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워싱턴은 전 세계가 디지털 달러를 사용하기를 원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직접 사업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해외에서 홍보하는 이니셔티브를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현금 및 단기 국채와 같은 준비 자산을 보유하여 통화와 1:1의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토큰이다.
이러한 계획의 핵심은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 간의 합작 투자를 통해 달러의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이번 계획의 목표가 두 가지라고 밝혔다. 첫째는 외국 사용자들이 달러에 계속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 국채의 새로운 구매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러 연방 기관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재무부, 국무부, 그리고 미국의 외교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과 공동 투자하는 정부 기관인 DFC가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연방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GENIUS Act'는 이미 발행사들에게 현금 및 단기 국채와 같은 준비 자산으로 모든 토큰을 뒷받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연결고리가 핵심 메커니즘이다. 즉, 해외에서 더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될수록 발행사들은 미국 정부 부채에 더 많은 자금을 예치하게 된다.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은 과거 이러한 구상을 명확히 밝힌 바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 아닌, 오히려 달러의 우위를 고정시키는 도구로 프레이밍했다. 재닛 옐런 현 재무장관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이미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행정부는 이 수치를 더욱 늘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투기적 자산을 넘어 실질적인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에서 본국으로 송금하거나,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현지 통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안정성을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이러한 금융 흐름의 사업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미국의 외교 정책과 달러 전략이 이미 일반 대중이 송금 및 결제에 사용하는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달러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국 금융 시스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디지털 화폐 경쟁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자체적인 디지털 위안(CBDC)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디지털 유로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브릭스(BRICS) 국가들도 디지털 화폐 도입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이러한 거대 경제 블록들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동시에,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아이디어와 달리, 중국이나 유럽의 디지털 화폐는 주로 국가 차원의 통화 정책 및 금융 주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전략은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주도적인 방식으로 달러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자유 시장 경제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금융 정책 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 강화 전략은 잠재적인 이점과 함께 도전 과제도 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규제 불확실성,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AML/CFT) 문제,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이슈들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규 및 규제 프레임워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는 미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통화 정책의 파급력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통화 정책 결정이 전 세계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의 성공 여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협력, 해외 시장의 수용, 그리고 규제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