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겟 해킹, 스테이블코인 동결됐지만… 대규모 자금은 이미 도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빗겟(Bitget)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과 관련하여, 서클(Circle)과 테더(Tether)가 해커가 보유하고 있던 스테이블코인 일부를 동결 조치했지만, 사건의 핵심은 이미 자금 세탁 및 이동 단계에 접어들어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이더스캔(Etherscan)에 따르면, 빗겟 해킹 공격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지갑에서 약 99,990 USDC와 218,023 USDT, 합계 약 31만 8천 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이 동결되었습니다. 서클은 금요일 오전 5시(UTC) 경, 자체 USDC 토큰 계약에 내장된 동결 기능을 활용해 해당 지갑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테더 역시 서클의 조치 후 약 7시간 뒤, 다중 서명(multisig) 지갑을 통해 동일한 주소를 USDT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해커가 보유한 자산 중 발행사가 통제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국한되었습니다. 해당 지갑에는 약 170 ETH(이더리움)도 있었지만, 이는 동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자사 토큰을 계약 수준에서 동결할 수는 있지만, 이더리움 자체를 제어할 수는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스테이블코인 동결 기능은 중앙화된 통제 수단으로, 해커가 이더리움과 같이 동결이 어려운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할 경우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빗겟 해킹 사건의 피해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초기 추정치에 따르면 피해액은 약 3억 8,700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올해 발생한 거래소 해킹 사건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입니다. 북한의 해킹 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이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빗겟의 CEO인 그레이시 첸(Gracy Chen)은 해커가 거래소 지갑 인프라의 백엔드 시스템을 침해하여 거래 데이터의 위변조를 통해 비정상적인 자금 이체를 유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개인 키가 유출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빗겟 측은 4억 6,4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보호 기금을 통해 피해를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사용자 보호 기금의 존재는 거래소 자체의 책임과 함께, 해킹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기능합니다.
이번 서클과 테더의 신속한 스테이블코인 동결 조치는 과거 유사 사례에 비해 빠른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중앙화된 주체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동시에, 탈중앙성을 추구하는 암호화폐의 본질과는 상반되는 측면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블랙리스트 기능을 통해 자산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허가 없는' 자산이라는 암호화폐의 개념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시키고 있습니다.
해커는 동결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상당수의 자금을 이더리움과 같은 동결이 어려운 자산으로 전환하거나, 여러 지갑으로 분산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추적 결과, 해커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들에는 여전히 6만 3천 ETH 이상의 자금이 남아 있으며, 이는 발행사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간주됩니다. 이는 해킹 발생 시 범죄자들이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은닉하는 속도가 기관의 대응 속도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 시스템 강화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중앙화된 통제 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자산 동결 기능을 가진 스테이블코인이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거래소 선택 시 보안 시스템과 비상 대응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빗겟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체 보안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