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파이 대출 규제 강화 시동…9월 30일 결정 시한

유럽 은행 감독청(EBA)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탈중앙화 금융(DeFi) 대출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EU는 오는 9월 30일까지 디파이 대출 서비스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명확히 할 전망이다.
EBA는 지난 9월 24일 발표한 서한에서 디파이 대출 서비스를 중개하거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전자화폐 규제(MiCA)' 의무 부과 여부에 대한 심층적인 비용-편익 분석을 집행위원회에 촉구했다. 이는 단순히 정보 전달이나 기술 지원을 넘어, 실제 대출 실행 과정에 관여하거나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암호화폐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CASP)들의 행위에 대한 규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디파이 대출은 온체인 프로토콜 상에서 운영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통해 이 프로토콜에 접근한다. EBA의 이번 요청은 이러한 기업 주도의 접근 경로 또한 집행위원회의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아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는 아니며, EBA의 요청에 따른 집행위원회의 추가적인 법률 분석 및 검토를 거치게 된다.
EBA는 이번 검토 요청의 배경으로 디파이 대출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위험을 지적했다. 감독 당국은 두 가지 주요 규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차입 및 대출 중개 행위를 MiCA 상 CASP의 서비스 목록에 추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터페이스나 상품 제공을 통해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CASP들에 대한 규제 요건을 설정하는 방안이다.
집행위원회는 향후 이러한 활동의 규모, 개인 투자자 참여 현황, 그리고 관련 위험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구체적인 입법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강화 방안으로는 투자자의 투자 적격성을 평가하는 적합성 테스트, 레버리지 비율 제한, 수수료 및 수익률, 담보 요건 변화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디파이 프로토콜을 통한 거래가 규제 안전망의 부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는 추가적인 경고 조치도 제안되었다.
더 나아가, EBA는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의 복원력 및 사이버 공격 방어 능력에 대한 인증 제도 도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프로토콜 자체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이와는 별개로, MiCA 규제 승인을 받지 않은 발행자가 제공하는 토큰의 중개 및 대출 행위에 대한 제한도 제안되었다. EBA는 MiCA 상 자산 참조 토큰 또는 전자화폐 토큰의 정의에 부합하지만, 승인된 발행자가 없는 자산을 이용한 차입 및 대출 행위를 CASP가 중개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승인 발행 토큰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차단하고 CASP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다.
EBA는 잠재적 소비자 피해 사례로 ▲수수료, 수익률, 담보 요건 변경 등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제공 ▲레버리지를 통한 손실 확대 가능성 ▲자금의 혼합 사용, 시스템 장애, 해킹, 부실한 기록 관리 등으로 인한 위험 ▲신용도 확인 부재 및 과도한 부채 발생 위험 등을 열거하며, 이러한 위험들이 새로운 규제 검토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타마스크(MetaMask)와 같은 인기 있는 암호화폐 지갑은 자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아베(Aave)와 같은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의 스테이블코인 풀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토큰을 입금하여 이자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아베의 접근 가이드 역시 사용자들이 자체 인터페이스, 타사 애플리케이션, 혹은 직접적인 스마트 계약 상호작용을 통해 프로토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디파이 대출 인프라에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러한 접근 경로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주체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번 EBA의 제안은 EU가 암호화폐 시장, 특히 급성장하는 디파이 영역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규제 명확성이 확보된다면,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혁신적인 디파이 서비스의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향후 디파이 대출 시장의 규제 환경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