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이더리움 기반 벤처 펀드 토큰화…유동성 '넘어야 할 산'

암호화폐 투자 명가 ARK 인베스트(ARK Invest)가 프라이빗 벤처 펀드 소유권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구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ARK 인베스트와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 시큐리티(Securitize)는 지난 9월 24일, 투자 적격 투자자들이 ARK 벤처 펀드(ARK Venture Fund)의 토큰화된 지분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보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통적인 펀드 투자 구조를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려는 시도로,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ARK 벤처 펀드는 ARKVX 토큰을 발행하게 된다. 이 토큰은 펀드 내 프라이빗 및 퍼블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노출을 나타내며, 보유자들에게 ARKVX 펀드에 대한 지분을 제공한다. 시큐리티는 온체인 발행 및 투자자 경험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ARK 벤처 펀드는 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초기 단계의 기술 기업들에 투자하며, 이들 기업의 미래 가치 상승을 통해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ARK 인베스트가 운용해 온 혁신적인 ETF들과 마찬가지로, 벤처 펀드 역시 미래 성장 동력을 가진 기업들에 집중하는 투자 철학을 공유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가장 큰 변화는 소유권의 투명성과 효율성 증대다. 투자자들은 이제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자신의 펀드 지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복잡한 서류 작업과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은 거래 기록의 위변조를 방지하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여전히 펀드 지분의 유동성 문제다. ARK 벤처 펀드는 '폐쇄형 펀드(Closed-end Fund)'의 성격을 띠고 있어,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언제든지 쉽게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ARK 인베스트의 2026년 캘린더에 따르면, 다음 분기별 환매 요청 마감일은 토큰화 발표 직후인 9월 30일이다. 펀드는 분기마다 총 발행 주식의 최대 5%까지 순자산가치(NAV)로 매입하는 환매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펀드 전체 발행 물량의 일부에 불과하며, 만약 환매 요청이 이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 요청이 모두 이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9월 24일 이후 토큰화된 지분을 매입한 신규 투자자들이 당장 9월 말에 진행되는 환매 요청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신규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ARK 인베스트와 시큐리티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토큰화된 지분은 '비상장(unlisted)' 상태이며, 현재로서는 어떠한 2차 거래 시장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고 있다. ARK 펀드의 공식 웹사이트 역시 주주들에게 환매 정책을 통한 매도를 기대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며, 캘린더 역시 해당 주식을 '비유동적(illiquid)'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결정은 향후 유동성 확보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를 제공한다. SEC는 ARK 인베스트에 토큰화된 주식 클래스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 주식 클래스는 향후 대체 거래 시스템(ATS)에서 거래되거나 기타 견적 서비스에 등재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규제 당국의 승인은 잠재적으로 새로운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줄 수 있으며, 실제로 거래가 시작되고 구매자가 등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SEC 승인을 받은 신청 내용 자체에 추가적인 제한 사항이 존재한다. ARK 인베스트는 승인된 지갑만이 토큰화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고 명시했으며, 초기에는 활발한 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대체 시스템, 장외 거래(OTC), 개인 간(P2P) 거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지갑 제한과 같은 통제 하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SEC 신청 내용에는 토큰화된 주식 클래스만을 위한 별도의 환매 풀(pool)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되어 있다. 이는 환매 요청이 펀드 전체에 걸쳐 배분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토큰화된 지분 보유자 역시 다른 투자자들과 동일한 환매 조건 및 제약을 따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ARKVX 토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토큰화된 지분을 판매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장이 열리고, 구매자들이 실제로 등장할 것인가'이다. 그때까지 ARK 인베스트가 제시하는 분기별 환매 정책은 펀드 전체 발행량의 제한된 일부만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번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는 블록체인 기술을 전통 금융 상품에 접목하는 흥미로운 시도이지만,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발휘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ARK 인베스트의 이번 행보는 블록체인 기술이 전통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규제 환경의 변화와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에 따라, 토큰화된 벤처 펀드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기술적 혁신과 함께 반드시 동반되는 유동성 및 규제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