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켄 모회사, 단순 거래소 넘어 '금융 인프라' 구축 나선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의 모회사인 페이워드(Payward)가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넘어선 금융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준 세티(Arjun Sethi) 페이워드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전략을 상세히 밝혔다.
페이워드는 현재 트레이딩, 결제, 자산 관리, 기관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통합된 단일 인프라 스택 위에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복잡성과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고객들에게 더욱 간편하고 효율적인 금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세티 CEO는 “우리는 단순한 지주회사가 아니다. 이는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대차대조표, 하나의 규제 스택”이라며, 페이워드의 목표가 통합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원 레저(one ledger)’라고 불리는 핵심 기술은 페이워드 전략의 중심에 있다. 이 기술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러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자산과 자금이 제품 간에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페이워드의 이러한 움직임은 암호화폐 업계 전반의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코인베이스(Coinbase) 역시 암호화폐, 주식, 파생상품, 예측 시장 등을 아우르는 ‘모든 것의 거래소(Everything Exchange)’를 구축 중이며, 바이낸스(Binance)는 거래, 결제, 투자, 수익 창출 상품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워드는 코인베이스와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자산 투자 은행인 아키텍트 파트너스(Architect Partners)는 페이워드가 모든 제품을 단일 크라켄 브랜드 플랫폼 내에 집중시키는 대신, 여러 브랜드를 지원하고 외부 금융 회사들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모든 것의 거래소’를 넘어 ‘모든 것의 금융 인프라’ 모델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페이워드가 단순한 거래소 볼륨 경쟁에서 벗어나, 더 넓은 금융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크라켄의 현물 거래량은 다른 주요 거래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코인게코(CoinGecko)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일평균 현물 거래량은 약 11억 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바이낸스는 2분기 상위 10개 중앙화 거래소 현물 거래량의 38.7%를 차지했으며, 코인베이스는 1분기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의 8.6%를 기록했다.
페이워드는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자사의 핵심 경쟁력을 ‘인프라’ 구축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페이워드는 지난 2년간 인수합병(M&A)과 자체 제품 개발을 병행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특히, 선물 및 파생상품 시장으로의 진출, 토큰화된 주식 발행, 미국과 유럽에서의 추가적인 은행 기능 확보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세티 CEO는 페이워드가 이미 수익을 내고 있으며, IPO(기업공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단기적인 시장 평가보다는 장기적인 플랫폼 확장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페이워드는 내부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역량은 인수하고, 기존의 금융 기관들과는 파트너십을 맺으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페이워드의 이러한 ‘금융 인프라’ 구축 전략은 기존 레거시 금융 시스템이 수십 년 된 기술과 시스템에 의해 제약받고 있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페이워드는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고,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인 차세대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암호화폐 자산을 거래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략은 암호화폐 산업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전통 금융 시장과의 융합 가능성을 시사한다. 페이워드가 구축하는 ‘금융 인프라’가 미래 금융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넘어,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접점을 넓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