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1140억 달러 국채 보유…美, 달러 영향력 확대에 주목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미국 국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워싱턴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더가 보유한 1140억 달러(약 160조 원) 이상의 미국 국채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미국 정부가 달러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십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과거 테더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사실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테더, 글로벌 수요를 미국 국채 투자로 전환**
테더는 전 세계적으로 USDT(테더) 토큰에 대한 수요를 자사의 미국 국채 투자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접근성을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넘어서까지 확장하려는 워싱턴의 목표와 일치한다.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사용 범위를 넓히고,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민간 기업과의 공동 사업을 포함한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업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에는 미 재무부, 국무부, 그리고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등이 참여할 수 있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달러 사용을 확산하고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지원하는 것이다.
비록 이 보도가 테더와의 직접적인 계약을 확정하거나 공식적인 프로그램 발표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제안이 워싱턴으로부터 나온 배경에는 테더의 존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테더 자체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USDT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최근 공개된 준비자산 보고서에는 1149억 6000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가 직접 보유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는 테더가 '디지털 달러'의 주요 민간 유통 채널이자 단기 미국 국채의 대규모 고객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달러의 글로벌 지위는 여전히 훨씬 거대한 금융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테더의 독특한 기여는 미국 은행 계좌 개설보다 토큰 구매가 훨씬 용이한 사람들에게까지 금융 시스템의 접근성을 확장하는 데 있다.
**규제와 영향력 사이의 줄타기**
테더의 이러한 글로벌 도달 범위는 정치적 가치를 부여받는다. 동시에 USDT 토큰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자산들은 워싱턴이 테더 사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양측 모두 서로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지만, USDT 사용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갖는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규제 위반과 준비자산 구조의 변화**
테더의 준비자산 포트폴리오는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지난 2021년 10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테더가 자사 토큰의 담보 자산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41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결정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USDT가 은행 계좌에 보유된 법정 통화로 전액 담보된다는 주장과 관련이 있었다. 규제 당국은 테더가 실제로는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테더의 준비자산은 변화된 형태를 띠게 되었다. 2022년 10월, 테더는 단기 기업어음(Commercial Paper) 보유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거 준비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으나, 유동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던 자산이다. 이러한 결정은 테더가 준비자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 국채와 같은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가능성**
미국 정부 입장에서 테더는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규제 준수와 시장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테더의 투명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테더가 가진 글로벌 유통망과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능력은 미국 경제 및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테더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일정한 감독과 규제 하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국가 경제 및 금융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테더의 미국 국채 투자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으며, 앞으로 미국과 테더 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지정학적, 경제적 요인들이 암호화폐 시장, 특히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