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암호화폐 토큰 바이백 허용…규제 불확실성 해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프로토콜의 토큰 바이백(자사 토큰 재구매)을 사실상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하며 업계의 오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이번 발표는 특히 기능이 활발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프로젝트들에게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EC의 기업금융국은 지난 금요일 암호화폐 관련 질의응답(FAQ)을 업데이트하면서, 일단 네트워크가 기능하기 시작하면 토큰 바이백 발표가 '본질적인 경영 노력'에 대한 약속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의 노력을 통해 수익을 얻을 것을 기대하며 자산을 구매하는지를 판단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와 관련하여 중요한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으로 하위 테스트는 투자 계약이 증권으로 분류되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왔다. SEC의 이번 업데이트는 토큰 바이백 발표 자체가 하위 테스트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다수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이전 행정부의 '암호화폐 전쟁' 이후 사실상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었던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SEC는 기능적인 네트워크를 유지, 업그레이드 또는 성장시키는 행위 또한 하위 테스트를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네트워크가 수행하는 기능을 홍보하거나 수익 창출을 약속하지 않는 모호한 미래지향적 진술 역시 증권성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타렉스 랩스(MetaLeX Labs)의 증권 전문 변호사이자 델파이 랩스(Delphi Labs)의 전 법률 고문을 역임한 가브리엘 샤피로(Gabriel Shapiro)는 이번 바이백 관련 조항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 것이라며, SEC가 암호화폐에 증권법을 적용하는 방식이 점점 선택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EC는 명확한 경계선도 설정했다. 만약 네트워크가 아직 기능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자가 바이백을 수익원이나 보유자에게 제공되는 수익의 근거로 제시한다면, 이는 여전히 증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번 지침은 포괄적인 통과가 아닌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해당 토큰을 바이백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제품 출시 이전에 수익 약속을 하는 경우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발표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프로젝트들은 명확해졌다. DeFiLlama에 따르면 HYPE, PUMP, ENA, AAVE, SKY, LDO, PENDLE, AERO, RAY, JTO, NEAR, ETHFI, SYRUP, LIT, ASTER, KMNO, MET, CC, CARDS, PONS, STONK 등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토큰 바이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라이브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AQAv2 하에서 USDC 준비금 수익을 HYPE 토큰 바이백에 사용하고 있으며, 펌프닷펀(Pump.fun)은 이미 4억 5,100만 달러, 즉 공급량의 약 16.6%에 달하는 금액을 소각했다. 폰스(Pons)는 V1 수익의 약 80%를 바이백에 사용하며, 에테나(Ethena)의 보유자들은 순수익의 95%를 ENA 바이백에 사용하도록 투표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이전까지 법적 회색 지대에 있었으나, 이번 SEC의 지침 발표로 인해 규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번 SEC의 지침은 암호화폐 업계가 올해 들어 집중하고 있는 모델, 즉 토큰을 미래 개발에 대한 투자보다는 프로토콜 현금 흐름에 대한 청구권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수익 메타(revenue meta)'로 불리며, 이제는 규제 당국의 승인까지 얻게 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들의 토큰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SEC의 결정은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발표와 별개로 암호화폐 시장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암호화폐들은 간밤의 하락세로 인해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으며, 비트코인은 2% 하락한 8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티은행(Citi)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지원을 위해 코인베이스(Coinbase)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과 함께 비트코인 ETF로의 자금 유입이 23억 9천만 달러에 달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시장 심리는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SEC의 토큰 바이백 관련 명확한 지침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